오래전부터 한국사회의 관습으로 자리잡은 궁합은 시대와 문화가 변한 오늘날에도 성행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동양의 세계관과는다른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서양에서 조차도 공공연히
행해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궁합은 운명론적인 입장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서로의 사랑이나 인품은 전혀 고려치않고
사주와 이를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성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결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또 다른 불안감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서 궁합을 보는것을 꺼리는 커플들을
볼 수 있는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궁합을 보는 사고 방식이 구시대가 낳은 산물이라고 궁합을 무시하기에는 꺼림직한
심정이 남아있는것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아직은 운명론적인 사고방식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음양의 조화에 따른 궁합은 동양사상에 기초한것이고 이 사상의 근간에는 우리의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려는 정신이 뿌리깊은 사고방식이 있는 것이다.
인연
인생의 업(業)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원인으로
인하여 얻어진 결과라는 말이다. 흔히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우환이 끊이지 않을
때 모두가 전생의 업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전생에 무엇인가 나쁜 일을 저지름으로
인하여 현세에 이런 화가 생기는 것이라는 말이다. 혹은 다른 말로 인과 응보라는 말도
많이들 한다.
삶 속에서 연(緣)이란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누군가 이 시간에 이곳에서 누군가를
만나다는 것은 하나의 인연인 것이다. 비록 스쳐 지나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그것마저도 인연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 사람과 내가 만나게 될
인연이었으며, 내가 지금 이 앞에 서있는 것도 연이고, 이 시간도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연(緣)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용지물인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 인해서 그게 나에게 복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서
그로 인한 큰 성공을 거둘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연(緣)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면 커다란 복을 제 스스로 놓치는 격이다.
또한 나에게 해가 될 인연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깨닫지 못해서 자기 곁에 계속 둠으로써
불행을 불러오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緣)을 통해서 자기에게 화가 될지 혹은
복이 될지를 잘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가지 인연 속에서 살아간다. 그 첫 번째 인연은 공간적인 인연이며, 두
번째는 시간적인 인연이고, 세 번째는 사람과의 인연인 것이다.
우선 공간적인 인연에 있어서 물건이나 음식을 놓을때도 그에 맞는 곳에 놓아야 하듯이
모든 것에는 그에 맞는 공간적인 연(緣)이 있는 것이다. 여름에 음식을 냉장고에 두지
않고 바닥에 둔다면 음식은 상해서 먹지 못할 것이고, 책상은 교실에 있어야지 운동장에
있어서는 안되듯이 모든 것은 그에 걸맞는 공간적인 연(緣)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걸맞지 않은 연(緣)일 경우 음식이 상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가 되기도 한다.
또한 공간적인 연(緣) 속에서 본인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교실에 책상은 두었지만 내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그것 역시 공간적인 연(緣)을
제대로 맺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간적인 인연이다. 항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삶이 태어나는
것은 태어날 때가 되어서이고, 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또한 공부를 하는 것도 그 때가
되는 것이다. 짝을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것도 결혼을 할 시간적인 연(緣)을 맺는 것이다.
또한 죽는 것도 죽을 시간적인 연(緣)을 맺게 되서 그러한 것이다.
이렇듯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이다. 시기적절하느냐에 따라서 일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만약 장사를 한다고 가정할 때 시기상으로 맞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시간적인 연(緣)을 잘 맺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과의 인연이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연(緣)으로써 좋은 인연을
맺어야 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 친구를 잘못 만나서 우등생이 불량학생이 되기도 하고,
상극이 되는 연(緣)을 맺어서 사업에 실패하기도 한다. 또한 부부의 연(緣)도 잘못
맺어져서 건강을 해치거나 이혼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해가 되는 인연은 가리고 득이 되는 인연을 맺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맺은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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